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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교수노동조합] 성명서 - 대교협의 사학법, 3불정책 폐지 움직임 반대한다
내용
사적·당파적 이해보다 공동체를 헤아리는 사려 보여야





― 한국대학교육협의회 2009년 정기총회에 즈음한 당부 ―





오늘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이하 대교협)의 정기총회가 열린다고 한다. 전국의 198개 회원 4년제 대학 총장들이 참석할 예정이며, ‘대학의 자율화와 사회적 책무성’을 주제로 8개 위원회별 발표가 진행된다고 한다.







이 8개 위원회들 중 특히 사학법대책위원회와 대학입학전형위원회의 발표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일부 언론에 보도된 바에 따르면 사학법대책위원회는 구랍 10일 1차 회의를 열어서 사립학교법(이하 사학법) 개정 및 폐지를 위한 움직임을 본격화했다고 하며, 대학입학전형위원회에서는 ‘2011학년도 입시 기본방향’이 발표될 터인데 그 핵심이 ‘3불 정책 폐지’가 될 것이라고 했기 때문이다.







비리 없는 사립학교 드물어. 사학법 폐지 주장은 밀실운영 원하는 염치없는 일







결론부터 말하자면, 우리는 사학법의 개악 내지 폐지나 3불 정책의 폐지를 확고히 반대한다. 또한 그러한 시도는 마치 사학의 부패를 장려할 자유를 달라는 것과 진배없는 몰염치한 요구이며, 공교육 붕괴와 사회양극화를 감수하고라도 기득권을 어떻게든 사수하겠다는 상위 5% 대학들의 탐욕에 나머지 95% 대학들이 휘둘리는 어리석음과 같다고 단언할 수 있다.







우리나라 사립학교들의 운영이 투명하지 못하다는 것은 재론이 쑥스러운 진실이다. 그 결과 밝혀진 비리의 사례 또한 부지기수이다. 조사를 하지 않아서 그렇지, 철저한 조사를 하면 비리가 드러나지 않을 사립학교들이 드물 것이라는 점은 아마도 대교협의 총장들을 포함하여 우리 모두가 아는 공공연한 비밀이다. 국제투명성기구(TI)가 발표하는 국가별 부패인식지수(CPI)에서 우리나라는 40위와 50위 근처를 맴돌고 있다. 그런 우리 사회 내에서도 학교는 가장 봉건적이고 비민주적인 운영이 용인되고 있는 조직이다. 곧 그 운영의 투명성이 사회 평균 이하라는 말이다.







이런 불투명성을 혁파할 생각은 하지 않으면서 한편으로 국가경쟁력 제고를 운위하는 행태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한술 더 떠 그나마 최소한의 투명성 담보를 위해 도입한 개방형이사제 등을 없애야 사립학교가 발전할 수 있다는 주장을 아무런 갈등도 느끼지 않고 태연히 하는 것을 보면 아연실색할 지경이다. 현행 사립학교법의 모태가 되는 2005년 개정 사립학교법은 당시 야당이었던 한나라당의 끈질긴 반대로 원안의 취지가 많이 훼손된 것이었으며 이것조차 이후 개정되어 이제는 원안의 정신은 거의 형해화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사립학교법마저 아예 없애버리고 사립학교 운영을 예전처럼 밀실에서 아무 부담 없이 해야만 하겠다는 것이 사립학교법 개폐를 주장하는 이들의 본심이라면 이것은 너무 염치가 없는 일이 아니겠는가.







3불 폐지는 교육 불평등과 소수 상위 대학 기득권만 강화







3불 정책의 폐지를 요구하는 것도 탐욕스럽기는 마찬가지이다.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는 지고지선의 정책이란 있을 수 없으므로 3불 정책에도 일부 아쉬운 부분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리라. 그러나 국가와 공동체를 생각하는 큰 틀에서 볼 때 이 정책을 폐지하면 그 부작용과 폐해가 너무나 크고 명백하기 때문에, 책임감을 가진 인사라면 그러한 요구를 하기가 쉽지 않다.







학교별 본고사나 고교등급제가 우리 사회의 고질적 병폐인 학벌주의를 심화시키고 사교육 광풍을 몰고 오리라는 것은 명약관화하다. 결국 공교육은 완전히 붕괴될 것이고, 부모의 경제력과 정보력에 좌우되는 사교육에 의해 교육 불평등은 고착화될 것이며, 이것은 사회적 계급의 대물림으로 이어질 것이다. 결국 상위 소수 대학들을 포함한 사회적 기득권층의 기득권만 공고해질 것이다.







그렇다고 본고사를 부활하면 대학의 국제경쟁력이 제고되는 것도 아니다. PISA나 TIMSS와 같은 국제학력평가의 결과에서 보듯이, 우리나라 학생들은 초·중등학교 때는 세계 최상위권 학업성취도를 나타내다가 대학교에만 입학하면 일부 학과를 제외하고는 전공 공부와 담을 쌓는다. 결국 초·중등교육이 아니라 고등교육의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이 엄연한 현실인 것이다. 입학 단계에서 현재와 같은 초·중등교육의 경쟁 체제를 더욱 강화시켜봤자 대학에 들어오는 학생들은 더더욱 학문적 감수성이 고사된 채 입학하는 악순환을 보일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고등교육의 파행성 또한 해결이 불가능하다.







기여입학제에 대해서는 말할 필요조차 없다. 3불 정책 폐지론자들이 떠받드는 미국에서조차 지금 우리나라에서 얘기되고 있는 형태처럼 ‘공공연히 돈을 주고 합격증을 사는 듯한’ 기여입학제는 찾아보기 어렵다.







대학 총장이라면 '대학의 사회적 책무성' 먼저 고민해야







대학은 글자 그대로 ‘큰 배움의 터’이다. 비록 최근에는 학교 운영도 경영 마인드에서 접근하는 ‘CEO 형 총장’이 많이 등장하고는 있지만, 그래도 대학 총장이라고 하면 아직까지는 최고 지성인으로 대중은 인식하고 있다. 진정한 지성인이라면 말과 행동을 ‘우리 대학’이나 ‘우리 편’이라는 협애한 시각에서 할 것이 아니라, 국가와 공동체 전체를 돌아보고 배려해야 마땅하다.







그런 면에서 이번 대교협 총회의 주제는 매우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이미 대학의 경영진에게는 차고 넘칠 정도로 주어져 있는 ‘자율성’은 잠시 접어두고 ‘대학의 사회적 책무성’에 대한 깊은 사색과 논의의 시간을 총장들이 가진다면, 우리나라 교육을 위해 귀한 자리가 될 것이다. 대학 총장들의 지성인다운 사려와 금도를 기대한다.







2009년 1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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