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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국립대학의 경쟁력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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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곤 / 전북대 교수, 前 전북대의대 병원장



지역 거점 국립대학은 공공성을 담보한 채 출발했다. 수요자들에게 경제적 부담 없이 양질의 대학 교육을 받게 함으로써 지역의 균형 발전과 인재 양성이라는 목표를 내걸고 건립됐기 때문이다. 적어도 교육의 공공성을 당시 정부는 표방했다. 이런 점에서 최근 교육부의 국비 보조와 학생 정원 감축 연동 정책은 대단히 유감이다. 지역 대학의 특성화 전략에 대한 조건 없는 과감한 지원이 오히려 수도권 과밀 해소, 지역 균형 발전, 고른 교육 기회 제공이라는 ‘일거삼득’의 효과를 낼 수 있는데도 말이다.



거점 국립대학의 줄어든 정원만큼 그 지역 학생들은 수도권으로 밀려들 것이다. 학부모들의 경제적 부담은 가중될 것이다. 주거비까지 포함하면 연간 2000만 원 넘게 부담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정치·경제·언론의 중심인 수도권이지만 교육과 문화의 중심까지 독차지할 이유는 없다. 수도권이 견고해야 이득을 보는 집단의 이기심이 아니라면 말이다. 실제로 영미권의 명문 대학은 오히려 수도권과는 관계 없이 발전해 왔다.



정부가 지원을 축소하고 교육의 공공성을 망각한다면 거점 국립대학의 존재 이유는 사라진다. 대학 교육에 경제 논리를 욱여넣고 정원 감축을 유도하거나, 산업 현장에서나 통할 수 있는 즉물적 효과를 내라고 강요하면 대학은 학원이나 기업연수원으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일반 문화센터와 다를 바 없을 것이며, 해마다 수많은 학과가 생겨나고 사라질 것이다. 수익성에 함몰돼 기초 학문이나 보호 학문은 거들떠보지도 않을 것이다. 경제 논리가 판친다면 우리가 선망하는 노벨상 수상도 멀어질 뿐이다.



대학은 이윤만을 추구하는 회사도, 약육강식의 경쟁만이 지배하는 정글도 아니다. 교육은 경제성에 근거해 취득하거나 판매하는 상품은 더더욱 아니다. 국립대학에서의 교육은 더 말할 나위도 없다.



국립대학의 공공성은 학생 교육을 넘어 교수들의 연구와 학문의 균형 발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보장돼야 한다. 수익성에 함몰된 사립대학들이 포기한 학문 영역을 국립대학까지 포기해서는 안 된다. 국립대학의 교육과 연구는 단기적인 효율성보다는 상위의 개념에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주립대학들이 사립대학들보다 월등히 많은 학생을 수용하고 있으며, 기초 학문과 보호 학문을 끌어안고 있으면서도 여전히 그 명성을 유지하는 것은 주정부의 전폭적 지원이 있기 때문이다. 실용 학문뿐만 아니라 기초 학문과 보호 학문의 중요성을 그들은 잊지 않고 있다.



미래 사회는 문화와 산업이, 인문학과 과학이 상상력과 창의력을 바탕으로 결합하고 물리적 통합을 넘어 화학적으로 융합하기를 요구할 것이다. 그 어떤 학문도 ‘지팡이 없이는 못 걷는 노인 학문’이란 없다. 국립대학은 장기적 안목으로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비판적 사고력, 소통 능력, 협업 정신, 창의성’을 두루 겸비한 인재를 배출해야 한다. 학생들에게 유연성·적응력·진취성과 자기 주도성 및 리더십을 길러주는, 앞서가는 교육을 해야 한다.



선진국으로 가는 길은 험난하다. 지방이 중앙과 차별받지 않는 사회, 거점 국립대학이 수도권 대학에 뒤지지 않는 경쟁력을 갖춘 사회여야 선진국으로 가는 사회다. 거점 대학은 지역의 선진화를 책임질 동량들을 교육하는 인재의 산실이기 때문이다. 정부 및 지자체가 공무원 채용에 지역 인재 할당제를 도입하고 국립대학의 이른바 인기계열 학과들이 지역 인재 할당제를 시행하는 데는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국립대학에 부여된 소임은 공공성을 버리고는 논할 수 없다.